逍遙遊
北冥有魚(북명유어) : 북명에 물고기가 있었다.
其名爲鯤(기명위곤) : 이름은 곤이다.
鯤之大(곤지대) : 곤은 크기가
不知其幾千里也(불지기기천리야) :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었
다.
化而爲鳥(화이위조) : 이 물고기가 변해 새가 되었는데
其名爲鵬(기명위붕) : 새의 이름은 붕이다.
鵬之背(붕지배) : 붕의 등 넓이도
不知其幾千里也(불지기기천리야) : 몇 천리에 달하는지 알 수 없
었다.
怒而飛(노이비) : 붕이 힘차게 날아오르면
其翼若垂天之雲(기익약수천지운) : 그 날개는 마치 하늘을 가득
뒤덮은 구름 같다.
是鳥也(시조야) : 이 새는
海運則將徙於南冥(해운칙장사어남명) : 바다 기운을 타고 남명으
로 옮아가려 한다.
南冥者(남명자) : 남명은
天池也(천지야) : 바다이다.
齊諧者(제해자) : 제해는
志怪者也(지괴자야) : 괴이한 내용을 기록한 책이다
諧之言曰(해지언왈) : 제해에서 말했다
鵬之徙於南冥也(붕지사어남명야) : “붕이 남쪽 바다로 옮아갈
때
水擊三千里(수격삼천리) : 파도는 삼천리나 솟구치고
搏扶搖而上者九萬里(박부요이상자구만리) : 붕새는 회오리 바람
을 타고 위로구만리까지 날아오르는데
去以六月息者也(거이육월식자야) : 6월의 바람을 타고 간다.”
野馬也(야마야) : 아지랑이와
塵埃也(진애야) : 먼지는
生物之以息相吹也(생물지이식상취야) : 생물이 호흡으로 뿜어내
는 것이다.
天之蒼蒼(천지창창) : 푸르른 하늘빛은
其正色邪(기정색사) : 바로 하늘이 띠고있는 빛깔일까?
其遠而無所至極邪(기원이무소지극사) : 아득하게 멀어서 끝이 없
어 그런 것은 아닐까?
其視下也(기시하야) : 그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아도
亦若是則已矣(역약시칙이의) : 또한 이와 같을 따름이다.
且夫水之積也不厚(차부수지적야불후) : 예컨대 물이 많이 고이지
않으면
則其負大舟也無方(칙기부대주야무방) : 큰 배를 띄울 수 없는 법
이다.
覆杯水於坳堂之上(복배수어요당지상) : 한 잔의 물을 움푹 패인
곳에 부으면
則芥爲之舟(칙개위지주) : 겨자씨를 배로 삼을 수는 있으나,
置杯焉則膠(치배언칙교) : 잔을 그곳에 띄우면 곧바로 바닥에 닿
아버린다.
水淺而舟大也(수천이주대야) : 물은 앝고 배는 크기 때문이다
風之積也不厚(풍지적야불후) : 이와 마찬가지로 바람이 두텁게
쌓이지 않으면
則其負大翼也無力(칙기부대익야무력) : 붕과 같이 큰 날개를 지
탱할 수가 없다.
故九萬里(고구만리) : 따라서 붕은 단번에 구만리를 솟구쳐
則風斯在下矣(칙풍사재하의) : 바람이 아래에 충분히 쌓이게 하
는 것이다.
而後乃今培風(이후내금배풍) : 그런다음에야 비로소 바람을 타고
背負靑天而莫之夭閼者(배부청천이막지요알자) : 푸른 하늘을 등
에 진 채 도중에 아무런 장애없이
而後乃今將圖南(이후내금장도남) : 남쪽으로날아가는 것이다.
蜩與學鳩笑之曰(조여학구소지왈) : 매미와 비둘기가 붕을 비웃으
면서 말했다.
我決起而飛(아결기이비) : "우리는 온 힘을 다해 날아도
搶楡枋而止(창유방이지) : 박달나무나 느릅나무에 부딪힌다.
時則不至而控於地而已矣(시칙불지이공어지이이의) : 게다가 종종
나무에도 이르지못한 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기 일쑤지.
奚以之九萬里而南爲(해이지구만리이남위) : 그런데 어찌하여 붕
은 구만리나 솟구쳐 남쪽으로가는 것일가?
適莽蒼者(적망창자) : 교외로 나가는 사람은
三飡而反(삼손이반) : 세끼 식사만 하고 돌아와도
腹猶果然(복유과연) : 여전히 배는 부르다.
適百里者(적백리자) : 백리길을 가려는 사람은
宿舂糧(숙용량) : 밤새도록 식량을 찧어야 하고,
適千里者(적천리자) : 천리길을 떠나는 나그네는
三月聚糧(삼월취량) :세달 동안 식량을 모아야 한다.
之二蟲又何知(지이충우하지) : 이 두벌레가 어찌 이를 알겠는가
小知不及大知(소지불급대지) : 편협한 지혜는 탁트인 지혜에 미
치지 못하고,
小年不及大年(소년불급대년) : 짧은 목숨은 긴 수명에 이르지 못
한다.
奚以知其然也(해이지기연야) : 어찌 이를아는가
朝菌不知晦朔(조균불지회삭) : 하루살이 버섯은 한 달을 알지 못
하고
蟪蛄不知春秋(혜고불지춘추) : 쓰르라미는 봄과 가을을 알지 못한
다.
此小年也(차소년야) : 이 하루살이와 쓰르라미가 바로 수명이 짧
은 생명체이다.
楚之南有冥靈者(초지남유명령자) : 초나라 남쪽에 명령이 살고
있었는데
以五百歲爲春(이오백세위춘) : 5백년 동안을 봄,
五百歲爲秋(오백세위추) : 5백년 동안을 가을로 삼고 살았다.
上古有大椿者(상고유대춘자) : 또아주 오랜 옛날에 대춘이란 나
무가 있었다.
以八千歲爲春(이팔천세위춘) : 8천 년 동안을 봄,
八千歲爲秋(팔천세위추) : 8천 년 동안을 가을로 삼았다 한다.
此大年也(차대년야) : 이것이 수명이 긴 생명채이다
而彭祖乃今以九特聞(이팽조내금이구특문) : 그런데 팽조는 요즈
음, 오래 산 인무로 특히 유명해 많은
衆人匹之(중인필지) : 사람들이 그와 짝하려 한다.
不亦悲乎(불역비호) : 이 또한 슬프지 아니한가
湯之問棘也是已(탕지문극야시이) : 탕왕이 그의 훌륭한 재상인
극에게 질문했던 것도 바로 이 일이었다
湯問棘曰(탕문극왈) : 탕이 극에게 물었다
上下四方有極乎(상하사방유극호) : 상하 사방에 극이 있는가
棘曰(극왈) : 극이 말했다
無極之外(무극지외) : 무극의 밖에는
復無極也(복무극야) : 다시 극이 없습니다
窮髮之北有冥海者(궁발지북유명해자) : 궁발이 북쪽에 명해라는
바다가 있다.
天池也(천지야) : 천지라고 합니다
有魚焉(유어언) : 그곳에 물고기가 살고 있는데
其廣數千里(기광수천리) : 크기가 수천리에 달해
未有知其修者(미유지기수자) : 정확한 길이를 아는 사람이 없었
다.
其名爲鯤(기명위곤) : 그 물고기 이름은 곤이다.
有鳥焉(유조언) : 거기에는 새가 한 마리 있었는데
其名爲鵬(기명위붕) : 그 이름은 붕이다.
背若太山(배약태산) : 붕의 등은 태산과도 같고
翼若垂天之雲(익약수천지운) : 날개는 하늘을 드리운 구름과도
같아서
搏扶搖羊角而上者九萬里(박부요양각이상자구만리) : 회오리 바람
을 일으켜 구만리나 솟아오른다.
絶雲氣(절운기) : 구름 위로 솟구쳐
負靑天(부청천) : 푸른 하늘을 등에 진
然後圖南(연후도남) : 연후에 남쪽으로날아간다.
且適南冥也(차적남명야) : 이처럼 남명으로 날아가는 붕을
斥鴳笑之曰(척안소지왈) : 연못의 메추라기가 비웃으며 말했다.
彼且奚適也(피차해적야) : "저놈은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일까?
我騰躍而上(아등약이상) : 나는 힘껏 날아올라도
不過數仞而下(불과수인이하) : 몇길 지나지 않아 아래로 다시 떨
어져
翶翔蓬蒿之間(고상봉호지간) : 숙대밭 사이를 나는 것이 고작인데
此亦飛之至也(차역비지지야) : 이도 역시 내가 날 수 있는 한계
점에 이른 것이다
而彼且奚適也(이피차해적야) : 저녀석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
까?"
此小大之辯也(차소대지변야) : 이것이 바로 작은 것과 큰 것의
차이다.
故夫知效一官(고부지효일관) : 무릇 스스로 지닌 지식은 단 한가
지 일에만 효험이 있고,
行比一鄕(행비일향) : 행동거지는 오직 한 마을에 유용하고,
德合一君而徵一國者(덕합일군이징일국자) : 재주는 겨우 한 왕의
눈에만 들 정도이고, 소신은 단지 한 나라에만 쓸모가 있다.
其自視也亦若此矣(기자시야역약차의) : 이런 인물은 소견머리 또
한 이와 같을 뿐이다.
而宋榮子猶然笑之(이송영자유연소지) : 송영자는 이런 부류의 인
물을 싱긋이 비웃었다.
且擧世而譽之而不加勸(차거세이예지이불가권) : 그는 온 세상 사
람들이 칭찬해도 더 애쓰는 일이없고,
擧世而非之而不加沮(거세이비지이불가저) : 모두가 헐뜯어도 실
망하지 않는다.
定乎內外之分(정호내외지분) : 그는 안과 밖을 분명하게 구분하
고
辯乎榮辱之境(변호영욕지경) : 칭찬과 비난에 추호라도
斯已矣(사이의) : 흔들리지 않을 따름이다.
彼其於世未數數然也(피기어세미수수연야) : 그는 세상일에 조금
도 연연해 하지 않는다.
雖然(수연) : 하지만
猶有未樹也(유유미수야) : 그도 여전히근본이 수립되지는 못했다
.
夫列子御風而行(부열자어풍이행) : 그런데 열자는 가뿐하게 바람
을 타고 다니는 일을
冷然善也(냉연선야) : 경쾌하게 잘하여
旬有五日而後反(순유오일이후반) : 15일이 지난 뒤에야 되돌아온
다.
彼於致福者(피어치복자) : 그는 복을 구하는일에
未數數然也(미삭삭연야) : 집착하지 않는다.
此雖免乎行(차수면호행) : 하지만 몸소 걸어다니는 번거로움은
면했으나
猶有所待者也(유유소대자야) : 여전히 의존할 대상이 있는 자였
다
若夫乘天地之正(약부승천지지정) : 만일 천지의 근본을 타고
而御六氣之辯(이어육기지변) : 육기를 있는 상태로 분별하는 능
력을 타고
以遊无窮者(이유무궁자) : 노니는 사람이라면
彼且惡乎待哉(피차악호대재) : 무엇에 의지하려 하겠는가
故曰(고왈) : 따라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다.
至人无己(지인무기) : '지인은 자기가 없고,
神人无功(신인무공) : 신인은 공을 세우지 않으며,
聖人无名(성인무명) : 성인은 이름을 구하지 않는다."
堯讓天下於許由曰(요양천하어허유왈) : 요임금이 천하를 허유에
게 양도하려고 말했다.
日月出矣(일월출의) : "일월 광명 같은 선생께서 세상에 나오셨
거늘
而爝不息(이작불식) : 여전히 횃불을 끄지 않는다면
其於光也(기어광야) : 그것의 빛이 됨은
不亦難乎(불역난호) : 또한 헛되지 않을까요
時雨降矣(시우강의) : 때에 맞게 비가 내리거늘
而猶浸灌(이유침관) : 여전히 수고롭게 물을 대고 있다면
其於澤也(기어택야) : 물을 끌어오는 일은
不亦努乎(불역노호) : 또한 헛수고가 아닙니까
夫子立(부자립) : 선생께서 임금이 되시면
而天下治(이천하치) : 천하는 저절로 다스려질 것입니다.
而我猶尸之(이아유시지) : 외람되게도 제가 여전히 왕노릇을 하
고 있으니
吾自視缺然(오자시결연) : 제 스스로 부끄러움을 감당할 길이 없
습니다.
請致天下(청치천하) : 청컨대 천하를 맡아 주십시오."
許由曰(허유왈) : 허유가 말했다.
子治天下(자치천하) : "임금께서 천하를 다스림에
天下旣已治也(천하기이치야) : 천하가 이미 화평하거늘,
而我猶代子(이아유대자) : 내게 그대 대신 왕위에 오르라 하니
吾將爲名乎(오장위명호) : 왕이란 허명을가지란 말이십니까?
名者實之賓也(명자실지빈야) : 이름이란 실상에서 비롯되는 손님
이거늘
吾將爲賓乎(오장위빈호) : 내 어찌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면서 허
명을가지겠습니까?
鷦鷯巢於深林(초료소어심림) : 뱁새가 깊은 숲에 보금자리를 마련
할 경우
不過一枝(불과일지) : 나뭇가지 하나면 충분하고,
偃鼠飮河(언서음하) : 두더지가 강물을 마신다 해도
不過滿腹(불과만복) : 자그마한 배를 채우면 충분하외다.
歸休乎君(귀휴호군) : 돌아가 쉬시오, 그대여
予无所用天下爲(여무소용천하위) : 임금님! 내게천하가 무슨 소
용이 있겠습니까.
庖人雖不治庖(포인수불치포) : 요리사가 음식을 잘못하더라도
尸祝不越樽俎而代之矣(시축불월준조이대지의) : 성직자가 제기를
놓아둔 채 대신 부엌을
갈 수는 업는 법입니다."
肩吾問於連叔(견오문어연숙) : 견오가 연숙에게 물으니
曰吾聞言於接輿(왈오문언어접여) : 이르기를"접여에게서 들은 이
야기가 있는데
大而無當(대이무당) : 터무니없이 황당하고
往而不返(왕이불반) : 나아 갈 줄만 알고 되돌아올 줄 모르더군.
吾驚怖其言(오경포기언) : 나는 놀라고 두려웠으니, 그 이야기가
猶河漢而無極也(유하한이무극야) : 하늘나라 은하수같이 끝이 없
어
大有逕庭(대유경정) : 세상일과는 크게 어긋나
不近人情焉(불근인정언) : 사람의 상식과 맞지 까깝지 않더군."
連叔曰(연숙왈) : 연숙이 물었다.
其言謂何哉(기언위하재) : "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러는가?"
曰邈姑射之山(왈막고사지산) : 이르기를, "막고야하는 산에
有神人居焉(유신인거언) : 신인이 살고 있는데
肌膚若氷雪(기부약빙설) : 그의 피부는 눈이나 얼음처럼 하얗고
綽約若處子(작약약처자) : 처녀와도 같이아름답더군.
不食五穀(불식오곡) : 그는 오곡을 먹지 않고
吸風飮露(흡풍음로) : 바람이나 이슬을 마시며
乘雲氣(승운기) : 구름을 타고
御飛龍(어비룡) : 나는 용을 부려
而遊乎四海之外(이유호사해지외) : 사해 밖에서 노닌다는 게야.
其神凝(기신응) : 그 정신이 한 곳에 집중되면
使物不疵癩而年穀熟(사물불자라이년곡숙) : 만물을 병들지 않게
하고 해마다 곡식이 잘 익게 한다더군.
吾以是狂而不信也(오이시광이불신야) : 이렇게 허황되니 내가 믿
지 못하는 것이지.
連叔曰然(연숙왈연) : 이에 연숙이 말하기를, "그럴게야.
瞽者无以與文章之觀(고자무이여문장지관) : 장님은 아름다운 무
늬를 볼 수 없고,
聾者无以與乎鐘鼓之聲(농자무이여호종고지성) : 귀머거리는 음악
의 황홀한 가락이 안들리지만
豈唯形骸有聾盲哉(기유형해유농맹재) : 장님이나 귀머거리에게는
비단 육체에게만 한하겠는가!
夫知亦有之(부지역유지) : 사람 마음에도 또한 장님과 귀머거리
가 있다네.
是其言也(시기언야) : 마음이 귀머거리와 장님이란 이야기는
猶時女也(유시여야) : 바로 자네를 일컫는 말일세.
之人也(지인야) : 그 신인은
之德也(지덕야) : 자신의 덕으로
將旁礡萬物以爲一(장방박만물이위일) : 만믈을 화합시켜 하나로
만듦에
世蘄乎亂(세기호란) : 세상 사람이 다스려 주기를 바라지만,
孰弊弊焉以天下爲事(숙폐폐언이천하위사) : 무엇 때문에 초췌하
게 천하 다스리는 일을 하겠는가!
之人也(지인야) : 이런 사람은
物莫之傷(물막지상) : 어떤 사물에의해서도 해칠 수 없다네.
大浸稽天而不溺(대침계천이불익) : 큰 홍수가 나서 물이 하늘까
지 이르더라도 그를 적실 수조차 없고
大旱金石流(대한금석류) : 큰 가뭄이 들어 금속과 암석이 녹아내
리고
土山焦而不熱(토산초이불열) : 산이 불탈 지경이라도 그는 뜨거
운 줄도 모른다네.
是其塵垢粃糠(시기진구비강) : 신인은 먼지나 티끌 혹은 곡식의
빈 껍데기로도
將猶陶鑄堯舜者也(장유도주요순자야) : 요임금이나 순임금을 만
들어 낼 수 있는데
孰肯分分然以物爲事(숙긍분분연이물위사) : 무엇 때문에 천하 다
스리는 일 따위를 하겠는가!
宋人資章甫而適諸越(송인자장보이적제월) : 송나라 사람이 장보
라는 갓을 팔려고 월나라에 갔다.
越人斷髮文身(월인단발문신) : 월나라 사람들은 머리를 자르고
문신을 하고 있어서
无所用之(무소용지) : 장보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.
堯治天下之民(요치천하지민) : 요는 백성을 다스려
平海內之政(평해내지정) : 천하를 평정한 후에
往見四子邈姑射之山(왕견사자막고사지산) : 신인 네 사람을 만나
기 위해 막고야 산에 갔다.
汾水之陽(분수지양) : 분수의 북쪽인 도읍으로 돌아오자
窅然喪其天下焉(요연상기천하언) : 그만 멍하니 얼이 빠져 자기
가 다스리는 천하를 잊어 버리고 말았다
惠子謂莊子曰(혜자위장자왈) :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.
魏王胎我大瓠之種(위왕태아대호지종) : "위나라 왕이 내게 큰 박
씨를 주길래
我樹之成而實五石(아수지성이실오석) : 이를 심었더니 나무의 열
매가 다섯 석이나 될 정도로 열매가 열렸소
以盛水漿(이성수장) : 물을 담는 그릇으로 쓰자니
其堅不能自擧也(기견불능자거야) : 너무 무거워 쉽게 옮길 수 없
고
剖之以爲瓢(부지이위표) : 쪼개어 바가지로 쓸 경우
則瓠落無所容(칙호락무소용) : 납작해 아무 것도 담을 수 없었네
.
非不呺然大也(비불효연대야) : 확실히 크기가 크기만 컸지만
吾爲其無用而掊之(오위기무용이부지) :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
부수어 버렸다네."
莊子曰(장자왈) : 이에 장자가 말해다.
夫子固拙於用大矣(부자고졸어용대의) : "자네는 큰 것을 쓰는 방
법이 너무 서툴다.
宋人有善爲不龜手之藥者(송인유선위불구수지약자) : 송나라 사람
가운데 손을 트지 않게 하는 약을 잘만드는 사람이 있었네.
世世以洴澼絖爲事(세세이병벽광위사) : 이 약을 손에 바르고 빨래
하는 일을 대대로 하고 있었지.
客聞之(객문지) : 어느 길손이이 소문을 듣고
請買其方以百金(청매기방이백금) : 그 약 만드는 비방을 많은 돈
을 주고 사려고 했네.
聚族而謀曰(취족이모왈) : 그러자 그는 가족을 모아놓고 다음과
같이 말했네.
我世世爲洴澼絖(아세세위병벽광) : '우리가 대대로 빨래하는 일을
해왔으나
不過數金(불과수금) : 돈벌이가 변변치 못했다.
今一朝而粥技百金(금일조이죽기백금) : 그러나 지금 이 기술을
팔면 하루 아침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
請與之(청여지) : 이 기술을 팔기로 하자'
客得之(객득지) : 그래서 나그네는 비법을 얻게 되었지.
以說吳王(이설오왕) : 그는 오나라 왕에게 약의 효능을 설명했는
데,
越有難(월유난) : 마침 월나라가 오나라를 침략하자
吳王使之將(오왕사지장) : 오나라 왕은 그를 장수로 삼았다네.
冬與越人水戰(동여월인수전) : 마침 겨울에 수전을 하게돼
大敗越人(대패월인) : 월나라를 크게 물리쳤다네.
裂地而封之(렬지이봉지) : 이에 오나라 왕은 그에게 땅을 주고
다스리게 했네.
能不龜手(능불구수) : 손 안트게 하는
一也(일야) : 약 하나로
或以封(혹이봉) : 어떤 사람은 벼슬을 얻게 되고
或不免於洴澼絖(혹불면어병벽광) : 어떤 사람은 빨래하는 일을 면
할 수 없었지.
則所用之異也(칙소용지이야) : 동일한 약이지만 쓰는 용도가 달
랐던 게야.
今子有五石之瓠(금자유오석지호) : 지금 자네에게 다섯 석이나
되는 커다란박이 있는데
何不慮以爲大樽而浮乎江湖(하불려이위대준이부호강호) : 어째서
그것으로 큰 배를 만들어 강이나 호수에 띄울 생각은 않고
而憂其瓠落無所用(이우기호락무소용) : 납작해 아무것도담을 수
없다고 걱정하는가!
則夫子猶蓬之心也夫(칙부자유봉지심야부) : 자네는 꽉 막힌 사람
이로군."하였다
惠子謂莊子曰(혜자위장자왈) :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.
吾有大樹(오유대수) : "나에게 큰 마루가 있는데
人謂之樗(인위지저) : 사람들은 이를 닥나무라고 부르더군.
其大本擁腫而不中繩墨(기대본옹종이불중승묵) : 그 큰 줄기는 울
퉁불퉁해서 먹줄로 쓸 수 없고
其小枝卷曲而不中規矩(기소지권곡이불중규구) : 작은 가지는 굽
어서 잣대로 삼을 수 없다네.
立之塗(입지도) : 나를 길가에 놓아도
匠者不顧(장자불고) : 목수장이는 쳐다보지도 않더군.
今子之言(금자지언) : 이와 마찬가지로 자네의 말은
大而無用(대이무용) : 크기만 했지 쓸모가 없어서
衆所同去也(중소동거야) : 모든 사람이 한결같이외면하는 걸세."
莊子曰(장자왈) : 이에 장자가 말했다.
子獨不見狸猩乎(자독불견리성호) : "자네는 살쾡이를 보지 못했
는가.
卑身而伏以候敖者(비신이복이후오자) : 몸을 낮추어 어슬렁거리
는 짐승을 기다리지.
東西跳梁(동서도량) : 동으로 서로 날뛰며높고
不避高下(불피고하) : 높고 낮은 데를 가리지 않다가
中於其辟(중어기벽) : 덫에 치이거나
死於罔罟(사어망고) : 그물에 걸려 죽지.
今夫邰牛(금부태우) : 그런데 이우는
其大若垂天之雲(기대약수천지운) : 하늘을 뒤덮은 구름과도 같은
거대한 소라네.
此能爲大矣(차능위대의) : 이우는 크기는 하지만
而不能執鼠(이불능집서) : 쥐 한마리 잡지 못한다네.
今子有大樹(금자유대수) : 지금 자네는 큰 나무가 있어도
患其无用(환기무용) : 쓸모가 없다고 걱정하는데
何不樹之於无何有之鄕(하불수지어무하유지향) : 어째서 '소유가
필요없는 고향'이나
廣莫之野(광막지야) : '드넓은 들판'에
彷徨乎无爲其側(방황호무위기측) : 나무를 심어 그 주위를 자재
하게 노닐기도 하고
逍遙乎寢臥其下(소요호침와기하) : 평안하게 나무 아래 누우려
하지 않는가!
不夭斤斧(불요근부) : 그 나무는 쓸모가 없어 도끼질 당하지도
않고
物无害者(물무해자) : 아무도 해치지 않는다네.
无所可用(무소가용) : 아무 쓸모가 없으니어찌
安所困苦哉(안소곤고재) : 어찌 근심 걱정이 있겠는가.